두 달 전, 가방에 대한 글을 쓰며 안경을 개인 이미지 결정의 최전선에 있는 잡화 중 하나라고 언급한 적이있다. 그리고 안경이 바뀌었을 때 주변인에게 주는 괴리감에 대해서 이야기했었다. 오늘 메일함을 열었는데, '젠틀몬스터'에서 광고가 왔다. 제니와 협업한 신제품이 출시된다는 광고였다. 잊고 있었던 안경의 중요성이 떠올랐다. 최근 안경이 얼굴에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스탠다드한 안경을 쓰면서 안경에 대한 고민을 한동안 하지 않고 있었다. 안경을 착용하는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안경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어야 하며 어떤 의미를 안고 라식도 하지 않고 렌즈도 사용하지 않으며 안경을 착용하는지를, 즉 내 안경의 정체성을 고민하며 살아야 한다. 안일하게 안경을 착용하는 사람은 라식을 하는게 맞다.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안경에 대한 고민을 놔두고 있었다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원 참 알 수 없다. 안경은 참 비싸다. 그리고 약 6개월에 한 번씩 새 안경을 구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 이미지가 도태되기 때문이다. 안경은 비싼 생필품이다. 이번엔 안경을 사야할 돈으로 아이패드 미니 5세대를 구매했다. 생필품과 아이패드의 가격이 맞먹다니 이건 취약 계층에 대한 위선이다. 어쨌든 안경을 살 돈이 없다. 한 번은 길가다가 12,000원짜리 안경을 사서 칭찬받으며 6개월간 잘 쓰고 다녔다. 또 그런 행운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지난 6개월간 사고 싶어진 안경은 320,000원이다. 너무 비싸다. 그 안경말고는 눈에 차는 안경이 없다. 근데 돈이 없다. 안경은 내게 고민과 재정적인 그리고 사색적인 궁핍함을 일깨워주는 가시같은 사물이다. 가방에 대한 고민이 끝난 현 시점에서 이제 다시금 슬픈 안경을
돌아볼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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