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5. (5) 썸네일형 리스트형 정수기 20.5.6. 동시대를 표방할 수 있는 사물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논할 때 나는 정수기와 건조기를 거론할 수 있다. 오늘은 정수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수기는 1980년대부터 상품화가 되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기점으로 외국인의 유입과 함께 생수를 사 마시는 것을 관찰하고, 90년대 초 낙동강 페놀 오염 등의 사건을 지켜보며 한국의 식수에 대한 관심은 확대되었다. 90년대 중후반 생인 나의 또래는 정수기가 충분히 보급된 이후에 태어났다. 정수기는 미래주의적 조건을 갖추었으면서도 나름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사물이다. 자연을 상품으로 만드는 사물, 전기를 사용해 물을 뽑아내는 기계, 환경오염으로 인해 당연하던 것이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된 상황을 위한 대체제, 적절한 사치성 등 정수기는 미래주의를 표방할 상당 수.. 전주비빔밥 20.5.4. 새로 알게 된 친구 중에 전주에서 온 친구가 있다. 전주에 살면 전주비빔밥 먹어 봤냐고 물어봤다. 한 번도 사 먹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전주에 사는 사람들은 전주비빔밥을 잘 사 먹지 않는다고 한다. 왜 자신들의 명물을 즐기지 않는 것일까. 난 서울에 살면서 경복궁을 한 달에 한 번씩은 간다. 그냥 산책하러 간다. 그러나 이 친구는 전주 한옥마을조차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 곳에 왜 가냐는 듯이 말했다. 생각해보면 나도 남산타워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옛말에 집 근처에 있는 곳은 쳐다도 안 본다는 말이 있듯이 집 근처의 명물은 잘 즐기지 않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가 보다. 하지만 난 서울의 맛있는 곳들에 관심이 많고, 그 맛집들을 즐긴다. 나의 기준에서는 맛있는 음식은 맛있는 음식일 .. 녹차 20.5.3. 접근성은 사물의 이차 심상을 결정함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사물의 존재를 아는 순간 발생하는 심상을 일차 심상이라 할 때, 일차적 심상을 마주할 때 발생하는 최종적으로 사물에 대한 편견을 결정하는 심상을 이차 심상이라 한다. 이차 심상이 생성될 때 관찰자는 이전의 기억과 현재의 정황들이 일차 심상에 대입되어 해석을 갖게 되는 과정을 갖는다. 이때 현재의 정황의 부류에서 사물에 대한 접근성, 즉 간단함과 복잡함은 고려 대상이다. 얼마 전 어머니께서 말차를 보내주셨다. 녹차는 수 많은 종류의 내리는 방식을 가지고 있다. 난 프렌치프레스 밖에 없다. 그래서 프렌치프레스를 이용하는 방식만 사용할 수 있다. 프렌치프레스는 편리하다. 커피 내릴 때도 쓰고, 차를 우릴 때도 쓸 수 있다. 문제는 어머니께서 .. 수건 20.5.2. 수건을 많이 쓰는 편이다. 하루에 세 장 정도 사용한다. 아침에 씻고 한 장, 외출 후 세수하고 한 장, 자기 전에 샤워하고 한 장 쓴다. 일주일만 빨래를 안 해도 빨래해야 하는 수건이 21 장이 된다. 하지만 수건이 15 장 밖에 없어서 적어도 4일 안에 한 번씩은 꼭 빨래를 해야 한다. 이는 주기적으로 빨래를 하도록 만드는 일종의 장치 역할을 수행한다. 또 다른 장치가 하나 더 있다. 수건 15장을 모두 널면 내가 가진 빨래대에 3분의 2가 가득 찬다. 4에서 5일에 한 번씩 빨래를 하면 빨래건조대가 빨래를 수용하지 못한다. 그래서 작은 빨래통을 구했다. 빨래건조대가 수용할 수 있는 빨래의 개수는 약 20장 정도로 5L에 해당하는 빨래 양이 가장 적당하다는 결론이 났고, 5L 빨래통을 샀다. 빨래통이.. 버튼 2020.5.1. 요즘 일어나는 대부분의 사건은 버튼을 통해 일어난다. 모든 제품이 버튼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내가 사용하는 키보드에는 56개의 버튼이 있다. 그리고 스마트폰에는 세 개의 물리적 버튼과 수만 개의 스크린 버튼이 있다. 터치스크린은 한 제품이 가능한 활동을 수만 개로 늘려주었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터치스크린이 수만 개의 버튼이기 때문이다. 버튼은 작은 범주로는 차단된 전력을 연결시켜 활동이 일어나게 해주는 것이고, 큰 범주로 말하면 모든 명령이다. 구두로 행해지는 명령 혹은 친서로 행해지는 명령이 아닌 모든 명령은 버튼이다. 아니 어쩌면 말이나 글씨 또한 하나의 매개체 역할을 수행하니, 말과 글씨도 일종의 버튼이라 말할 수 있겠다. 버튼은 시대가 흐름에 따라 점점 더 정밀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