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몬스터 에너지를 마시기 시작했다. 2n 년동안 한 번도 에너지 드링크를 마셔본 적이 없었다.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는 것이 범법 행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담배를 피우거나 유튜브로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과 같은 종류의 나 자신만의 가책이 있었다.
가끔 나 자신이 선을 넘었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상사가 검토해 보겠다고 한 것을 허락한 걸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우도 있고, 직원들의 의견이 반도 채 모이지 않았는데 결단 내려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런 날은 다음 날 출근하기가 두렵다. 잠도 안 오고 양심의 가책이 너무 심한 하루다. 하루는 잠도 못 잘바에 일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커피를 마시려 했다. 카페가 다 닫아서,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려하는데 몬스터 에너지가 보였다. 10여 년동안 금기라고 생각해왔던 행동을 저지른다면 오늘 하루동안의 잘못이 기억 속에 묻힐지도 모르겠다는 착각이 들었다. 그래서 두 개를 사봤다. 처음 술을 마실 때나, 처음 애인을 사귀었을 때에 들었던 범법을 한 것 같은 기분보다 훨씬 강한 쾌감이 들었다. 왜 그렇게 강한 쾌감이 들었던 건지 잘 모르겠다. 마시지도 않았는데 카페인이 몸에서 생산되었다. 이걸 마시고 이틀 동안 잠을 자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머리를 스쳤다. 어쩌면 다음 날에 대한 두려움이 나의 쾌감을 극대화시켰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몬스터 드링크보다 내가 마시는 커피가 더 카페인 함량이 많다는 걸 안다. 그리고 별로 각성제 역할도 못하는 음료라는 것도 안다. 그래도 아직까지 에너지 드링크는 내게 금기를 깨는 기분을 준다. 오늘도 너무 많은 잘못을 해서 몬스터 드링크를 하나 샀다. 으, 쾌감.
'2020.4.'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섯 20.4.25. (0) | 2020.04.25 |
---|---|
안경 20.4.15. (0) | 2020.04.15 |
새우칩 20.4.13. (0) | 2020.04.13 |
캔버스 20.4.12. (0) | 2020.04.12 |
벌레 20.4.11. (0) | 2020.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