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판으로 더 잘알려져있는 폴리 카보네이트는 진열장, 창문, 가림막, 지붕 등으로 광범위하게 상용되고 있는 건축 자제 중 하나이다. 투명한 것이 유리 비슷한 형질을 띄고 있으나 실제로 봐도 사진으로 봐도 폴리 카보네이트는 유리라 할 수 없다. 쉽게 깨지는 유리를 사용하기에 어려운 환경에서 혹은 큰 면적의 투명한 막이 필요할 때 유리의 대용으로 쓰인다. 아니, 유리가 있을 수 없는 곳에 쓰인다. 그러나 특유의 투박함과 쉽게 생기는 스크래치로 인해 폴리 카보네이트로 만들어진 무언가가 미적으로 보이기란 큰 노력이 필요하다. 폴리 카보네이트를 다루기로 한 이유는 오늘 아침 폴리 카보네이트로 만들어진 비가람 지붕을 보고 이유 모를 한심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폴리 카보네이트는 익숙치 않은 이름과 달리 동시대 서민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동시대의 서민 상에서 빠지지 않는 흡연장의 모습, 버스정류장, 다세대 주택, 김밥천국의 비가림 지붕 등 폴리 카보네이트는 일상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아있다. 폴리 카보네이트의 거칠고 투박함, 그 와중에 투명한 사물이고자 하는 바람은 동시대의 서민들의 모습이 폴리 카보네이트에 비춰 보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종각역의 배 나온 직장인 아저씨와 수많은 스크래치와 담배를 지진 자국으로 가득찬 폴리 카보네이트 흡연장의 모습은 충분히 클리셰한 풍경이다.
오늘 아침 폴리 카보네이트를 마주하면서 한심함을 느낀 이유는 그 지겨운 풍경이 떠올랐기 때문이라 판단한다. 혹은 유리인 척하기에 이미 너무도 많은 스크래치와 자국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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