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족자를 고른 이유는 족자를 그려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또 하나의 거지같은 그림이 생겨나고 말았다. 이게 진짜 캔버스가 아니라 픽셀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위로해준다. 족자는 길다. 그리고 난 긴 사물을 좋아한다. 동양화는 배워본 적도 그려본 적도 없고 궁금하지도 않아서 족자는 내게 작품의 심상을 주지 못한다. 족자는 내게 흥미로운 사물로만 다가온다. 동양화와 전혀 연관이 없는 내가 족자를 흥미로운 사물로 본다면, 미술과 관계없는 사람들도 내 작업물을 흥미로운 사물 정도로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렇다. 내 작업물은 단지 흥미로운 사물이거나 흥미롭지도 않다면 그냥 망한 사물에 불과한 뭔 덩어리일 뿐이다. 그러니 미술은 흥미로운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조건이 되어버린다. 나머지 부수적인 것은 나와 내 사회를 위해 필요한 정치적 수단에 불과한 것이 된다.
족자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잘 안보이고 족자라는 사물이 보이듯이, 캔버스만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캔버스가 족자처럼 흥미로운 형상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래서 캔버스 오브제라는 어휘가태어난 것일 수도 있겠다. 어떻게 하면 캔버스가 흥미롭게 보일까. 그 방법을 간구해서 알아내긴한 것 같은데 비밀이다. 오늘 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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