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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

책상 20.2.19.

   의자 같은 것 중 의자보다 나은 것으로 책상이 보였다. 그렇다고 책상이 감각적으로 의자보다 훨씬 나은 존재라고 할 수는 없다. 의자는 심상이 강제적으로 주입된 사물이고, 책상은 그저 그 옆에 있거나 같이 있는 배경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책상이 그나마 나은 이유는 책상이 의자보다 덜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렇게 책상과 의자를 비교해보면 심상은 소모되는 것이라는 것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책상이 의자보다 감각을 가진 사물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책상이 의자보다 식상하다는 심상을 불러일으키지는 않는 것으로 느껴진다. 

   책상은 의자보다 훨씬 적은 용도의 동사로 탄생했다. 책을 올려놓고 필기를 하거나 책을 읽기 위해서인데, 사실 이것은 책상이 없어도 가능하다. 책상은 앞서 말했듯이 그저 도와주는 역할 혹은 배경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책상에 무언가를 대입한다면 그 무언가는 약한 감각으로 다가올 테고, 책상이 무언가와 함께 한다면 책상은 그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배경 중 일부에 불과하게 된다. 책상은 왜 배경이 되고만 걸까. 책상은 정물화를 그릴 때 정물을 올려두는 용도로 오래 사용되었다. 그렇게 책상은 정물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점점 무미건조한 형상으로 정물화에서 발전했다. 더불어 정물화 자체가 연습 회화에 불과한 회화 장르 속에서 그 정물을 위한 배경의 역할이었으니, 이렇게나 감각을 내뿜지 않기 위해 노력당한 사물은 발견하기도 힘들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상황은 다르다.

    난 내가 사용할 책상을 찾기 위해 한참을 헤매었으며 이를 위한 수많은 전제 조건을 만들었다. 전제 조건은 형상의 수에 따라 늘어난다. 책상 또한 의자처럼 쓰임새의 면에서는 개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즉, 책상은 회화에서 무미건조함이라는 심상을 위해 존재했으니 많은 양의 감각을 가질 수 없던 것이었고, 동시에 현실에선 의자와 같이 다양한 형상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보면 의자의 심상이 모두 소진된 이유를 그 형상의 다양성에서 찾은 것은 실수였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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