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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

커튼 20.2.18.

   오늘은 언제나 나의 마음에 남아 속 썩이는, 그리고 영원히 안쓰러움을 선사하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커튼은 속임수였다. 그 존재는 바로 파생체이다. 살면서 몇 번이나 언급했는지 모르겠으며 내겐 의자보다도 더 많은 소모를 당한 존재가 바로 파생체이다. 파생체는 생성 원리부터가 불쌍하다. 무언가로부터 떨어져 나와 번식한 것, 혹은 무언가를 모방한 것을 파생체라고 부른다. 그 존재는 태어날 때부터 자신도 모르는 틀을 갖는다. 그리고 결국 소모되거나 영원히 남아 원체의 역할을 대신한다. 모든 석상은 사실 파생체이다. 그리고 모든 모형들, 모든 작업물들, 일회용품, 주식, 도로까지 모든 것이 파생체이다. 파생체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은 삼중수소부터 커튼까지 영원히 나를 괴롭게 만든다.

   내가 그들에게 해줄 것이 무엇이 있는가를 고민하게 만듦과 동시에 그들이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만든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그들이 원하는 것인지도 알 수 없을 때에 비로소 잠시 파생체에 대한 고민을 내려놓을 수 있다. 그러나 다시 다른 파생체를 마주하는 순간, 그것은 내게 살려달라고 혹은 너무 쪽팔린다고 말한다. 이 말하는 것은 내게 가장 강력한 심상으로 작동한다.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내려놓음을 진행할 것임을 정확하게 아는 상태에서도 그 감각은 너무도 강렬해 마치 그것이 살아있거나, 진정한 사물성을 내게 토해내려 하는 느낌을 만든다. 그리고 난 그들의 외침을 거부할 방도가 없다. 

   파생체를 통한 내 생생한 경험은 내게 심상과 감각 그리고 고유 개성(사물성)을 믿게 한다. 그러나 이것은 종교에서도 빈번히 일어나는 착오로 나의 신경적 반응이 파생체와 일치하는 것일 뿐, 이것이 진정 보편적이고 정확하고 정밀한 진짜 고유 개성(사물성)의 실존에 대한 전반이라고 확답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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