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만큼 식상한 사물이 어디 있을까 싶다. 사실 한국에서 의자가 상용된 역사는 여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짧다. 그럼에도 그렇게 짧은 순간에 어떻게 의자는 소재로써 식상함에 이를 수 있게 되었을까. 의자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겨우 '앉는다'라는 간편하고 단순한 용도를 가진 것에 비해 의자의 형태는 너무 다양하고, 그 범위도 매우 세분화되어 있다. 심지어 의자를 만들 때에 등판 혹은 앉는 부분의 각도 10도에 따라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의자의 식상함은 의자에 대한 전 지구적 관심이 용도를 넘어서 너무도 다양화되고 세분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관심은 예술계에서도 필요 이상의 관심을 받는 존재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겨우 앉는 것에 불과한 사물에 어째서 사람들은 자신의 심상이나 감각을 투영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게 투영된다고 믿게 된 걸까. 그 다양하고 세분화된 종류에 원인이 있을까. 자신을 투영시킬 수 있을 법한 의자가 세상에 하나쯤은 있겠지라는 망상을 갖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과소비된 의자의 심상imagery은 결국 낭비되어 소진되고 말았다. 어떤 의자를 어떤 방식으로 그려도 의자는 식상한 한 가지 사물에 지나지 않은 것이 되었다. 내가 그린 의자도 마찬가지로 못나고 식상하다. 이를 의자로써 이겨낼 방도는 없다.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의자를 위한 방도는 무엇이 있을까.
나의 판단으로는 책상을 그리는 것이다. 의자는 답이 없는 물체이다. 이제 책상으로 시선을 돌려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내일의 주제는 책상이다.
P.S. 의자 거지 같은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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