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대한 로망이 있다. 특히 출판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로망을 가졌다. 출판사의 오래된 가구들과 책들이 썩는 냄새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90년대에 창립되어 나와 동년배인 출판사들은 몇 번을 이사하고 몇 번을 리모델링해도 오래된 가구와 책들 썩는 냄새를 가리지 못한다. 나와 동년배의 회사이기에 그 회사들이 썩어가는 것에 내가 동질감을 표할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나의 아버지가 편집을 시작했던 시기는 내가 태어나기 전 5년으로 그 당시 창립된 회사들은 여전히 아버지와 연이 닿아있고, 그 연은 내게로 이어졌다. 그 출판사들을 만든 분들이 가지는 애착의 썩은 정도는 내 아버지가 나에게 갖는 애착이 썩은 정도와 비슷할 것이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내 아버지의 서재와 그 출판사들의 냄새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책이 많이 꽂혀 있고, 원고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며, 다수의 컴퓨터가 큰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관경은 책을 읽는 내 모습보다 익숙하다. 그렇게 그 공간들에 대한 나의 로망은 2n년에 걸쳐 차곡차곡 수집된 것이다. 나의 바람 중 하나는 과거 계몽을 외쳤으나 이젠 보수적 시각의 표본이 된 그 출판사의 사무실에서 일을 해보는 것이다. 수십 여 대의 컴퓨터가 돌아가고 사방에서 전화를 하는 와중에 나도 포함되고 싶다. 사무직이 어떤 것인지 평생 체험할 기회조차 없는 나에게 사무실은 범접할 수 없는 일반인의 세계이며, 내가 그곳에 포함되지 못한다는 사실은 내가 매우 고립되어있음을 느끼게 한다.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간접 경험하는 그들의 삶은 어렵다. 그리고 내가 이리 쉽게 미화시켜선 안 되는 부조리함이 가득한 공간임을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러나 사무실이 주는 냄새는 내가 경험할 수 없는 공간이며, 책상도 내가 앉을 수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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