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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3.

라이트닝 케이블 충전기 20.3.29.

   충전기마다 충전되는 속도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아이패드 미니 5세대를 구입하고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과거 아이폰5S 이후 오랜만에 구입한 라이트닝 케이블은 아이폰5S를 사용하던 5년 전과 다른 점이 없었다. 그러나 아이폰5S에 사용하던 충전기는 아이패드 미니 5세대를 구입하며 받은 라이트닝 케이블에 비해 매우 느리게 충전이 되었다. 충전기 콘센트를 보니 가장 크게 5W라고 쓰여있었고, 새로 받은 것에는 12W라고 써져있었다. 대략 2배나 차이나는 성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긴 5년이나 지나고 난 고등학생에서 대학 졸업을 앞둔 사람이 되었는데 하나도 변한 게 없는 충전기라면 지금 들리는 수준의 비난을 훨씬 뛰어넘는 비난을 애플은 받아야 한다. 관심 있는 사람들이랑 진화하는 기기들만이 알아차리는 진화를 라이트닝 케이블은 나름 진행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큰 문제가 하나 있다. 라이트닝 케이블 충전기가 여전히 흰색이라는 점이다. 보통 더러운 공간에서 일을 하는 내게 온갖 흰색 물건들은 관리하기 어려운 물건들이다. 하루 이틀이면 회색과 갈색으로 변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휴지를 제외한 내 물건들은 검은색으로 바뀌었다. 가방도 그렇고, 이어폰도 그렇고, 필통도 그렇다. 그러나 여전히 충전기는 흰색뿐이다. 이걸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 대부분의 진화는 다수의 의견에 의해 결정된다. 가끔 실수로 소수의 의견에 의해 진화하는 경우도 있고, 소수의 의견이 분리되어 나와 새로운 분파를 만들어 진화해나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다수의 의견에 의해 진화가 결정된다. 하지만 애플의 충전기는 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외견적 다양성이나 변화를 원하지 않는 것을 진화의 방향으로 삼아 왔다. 이것이 과연 다수의 의견에 의한 진화인지, 소수의 횡포인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2배 성능이 진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에 반해, 충전기의 모양은 5년 전 그대로 5년이라는 시간을 생각한다면 내가 보기에 전혀 현대에 실용적이지 않은 적용 방식의 형태이고, 사용자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너무 구린 모양새이다. 그러니까 라이트닝 케이블 충전기의 진화에 나의 의견은 들어가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애플은 이 충전기의 형태를 애플 충전기의 시그니처로 삼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겨우 남아있는 라인업에서 클래식의 일부로 인지되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제품은 클래식하지 못하고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 그래서 다 좋은데 충전기가 안 예쁘고 잘 더러워져서 밖에서 사용하고 싶지가 않다. 근데 그러기엔 아이패드 미니 5세대는 배터리가 빠르게 소모된다. 내가 핸드폰을 샤오미 제품을 써서 더 그렇게 느끼는 것도 있겠지만, 어쨌든 라이트닝 케이블 충전기는 별로 유쾌하지 못한 사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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