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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3.

담배 피우는 것 20.3.15.

   매 순간 담배를 끊고 있지만, 담배를 끊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리고 내가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라는 것을 자각하기로 마음먹는 것 또한 매우 힘든 일이다. 담배를 기호식품이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지금 담배를 피우면 매우 행복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을 줄 아는 사람이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매우 행복할 것이라는 덫에 걸려 행복해도 행복함을 느끼지 못할 때이다. 그리고 담배를 끊는 것은 담배를 기호식품이라 말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 상태는 온전히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그리고 진정 담배를 정확히 사용하는 사람은 이 사람들뿐이다. 담배를 기호식품이라 말하기 위해선 먼저 자신의 상태에 따라 거절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 주기 없는 흡연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일 년 만에 한 개비를, 혹 일주일 만에 한 개비를 혹 한 달 만에 세 개비를 필 수 있어야 한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던 시절 가장 멋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담배를 피우자 했을 때 '지금은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나의 가장 추했던 모습은 방금 담배를 피웠음에도 누군가 담배를 피우자 하면 '네, 그래야죠.'라고 말하며 원치 않는 타이밍에 담배를 몇 개비씩 태웠을 때이다. 그 모습이 너무 추해 담배를 끊었고, '오늘은 아니야.'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담배를 시작했다. 나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며, 다른 사람의 상태에 동조해주지 말아야 하며 시각적 후각적 감각에 이끌리지 말아야 한다. 난 고기 종류의 다양성과 고기를 손질하는 방식의 다양성을 요식의 발전과 결부 지어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친구는 그 다양성을 잔혹함으로, 혹은 비윤리적으로, 혹은 어려움으로 인식한다. 그럼에도 난 그들과 함께 살고 있으며 그들에게 나의 고기에 대한 개념을 서슴없이 말하며, 그들도 그것을 서슴없이 말한다. 이렇게 되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이 있었다. 고민의 결과로 나의 미미에 대한 집착은 첨예한 개념으로 자리했다. 담배 또한 마찬가지이다. 나의 담배에 대한 개념이 첨예해지고 고기처럼 혹은 그것처럼 즐길 수 있다면, 담배에서 온전히 해방될 수 있으며 담배는 내게 '카스타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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