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스타드'와 같이 기존의 음식명을 따온 과자는 매우 많다. '벌집핏자', '새우깡', '신당동 장독대를 뛰쳐나온 떡볶이 총각의 맛있는 프러포즈' 등이 있다. 이 과자들은 당연히 알겠지만 이 음식들의 맛을 차용했다. 밀가루 튀김에서 어떻게 하면 피자맛이, 새우깡 맛이, 떡볶이 맛이 느껴질까를 연구하는 것이 제과업계 종사자들의 일일 것이다. 또는 자신이 만든 맛이 어떤 음식과 비슷한 맛인지를 판단해내는 것이 종사자들의 일일 수도 있다.
'카스타드'의 어원은 충격적인 반전을 가지고 있다. 난 '카스타드'가 커스터드의 잘못된 표기인 줄 알았고, '카스타드'가 강조하는 것은 과자 속의 크림이 얼마나 커스터드와 유사한가 혹은 그보다 더 자극적인가에 초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카스타드'는 카스텔라와 커스터드를 혼합한 이름이었다. '카스타드'의 종사자들이 신경 쓴 것은 커스터드 크림과의 유사성뿐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과자가 더 카스텔라처럼 느껴질 수 있는지까지 였던 것이다. 검색해보며 알게 된 또 다른 충격적인 사실은 '카스타드'의 종류가 국내에 11개나 존재한다는 것이다. 커스터드 맛을 버린 '카스타드', 그것은 '카스타드'가 커스터드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판단했기에 생겨날 수 있었던 것이다.
'카스타드'라는 이름을 보면 떠오르는 커스터드의 잘못된 표기일 것이라는 생각은 첫째로 카스텔라와 커스터드의 혼합임을 깨달음으로 인해, 두 번째는 커스터드 맛 크림이 들어있지 않은 아종의 탄생을 알게 됨으로 인해 온전히 나의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내가 관심을 갖지 않는 사이에 '카스타드'는 커스터드의 아종도, 카스텔라의 아종도 아닌 '카스타드'라는 온전히 독자적인 신종으로 자리 잡아 그의 아종을 재생산까지 해내고 있었다. 대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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