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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3.

칼라콘 20.3.11.

   주차장에 있는 붉은 고깔의 이름은 칼라콘이다. 가끔 검은색 큰 고깔이 있기도 한데, 그것은 라바콘이라 불리는 이종이다. 한 번쯤은 칼라콘을 다리에 껴보았거나, 다리에 칼라콘이 낀 친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의 칼라콘의 심상은 다리에 낀 칼라콘에 기반한다. 의외로 칼라콘의 수지는 운동화에 밀착이 잘 돼서 한 번 끼면 잠시 낑낑대야 한다. 이는 칼라콘을 다리에 끼는 것을 한 번 해본 사람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으로 세상이 나뉘는 이유이다. 경험은 가장 크게 '해보다.'와 '해보지 않다.'로 나뉜다. 그 다음으로 경험은 행동의 분류로 나뉜다. 그러나 행동의 분류가 아닌 그 횟수로 나뉘기도 한다.

   칼라콘은 '한 번 해보다.'와 '해보지 않다.'로 나뉜다. "영천 맛집,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와 같이 한 번 이상 간 사람과 안 간 사람으로만 나뉘는 경우도 있다. 혹은 담배를 한 번 피워 본 사람과 담배를 매일 피우는 사람과 안 피는 사람, 이렇게 삼분법으로 나뉘는 경우도 있다. 군중에 의해 통계를 매기게 되는 경험의 경우에는 더 많은 분류로 나뉘기도 한다. 

   온전히 '한 번 해보다.'와 '해보지 않다.'로 나뉘는 경험은 그리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신장 이식은 한 번 이상 할 수 없다. 20살도 한 번 이상 될 수 없다. 그렇기에 '한 번 해보다.'와 '해보지 않다.'로 나뉘는 경험은 매우 귀중한 경험이 될 가능성이 많다. 대부분의 '인생을 뒤흔든 사건'이라 표현되는 경험은 '한 번 해보다.'와 '해보지 않다.'로 나뉘는 경험일 것이다. '한 번 해보다.'의 경험은 독창적인 심상을 자아낸다. 누군가는 칼라콘에 다리가 낀 사건으로 인생이 바뀌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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