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요리를 하면 할수록 느끼는 것이 있다. 가정에서 부엌칼은 한 개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한 개의 칼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낼수록 '내가 이거 하나로 이것도 할 수 있다니.'의 희열이 다가온다. 중국에 사는 사람들이 클리버를 들고 외치는 'Simple is best.'를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그러나 하나의 칼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러니하게 난 다른 칼을 사고 싶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여러 종류의 칼을 가져 보고 싶다. 어머니는 칼을 11개 가지고 계시다.
어머니도 긴 기간 가정 요리를 해오시며 나와 같은 아이러니를 겪으셨을 것이다. 실제로 어머니가 사용하시는 칼은 한 가지이고 그 칼만을 계속 갈아가며 사용하신다. 그리고 내게 요리를 가르쳐 줄 때에도 그 칼만을 사용하셨고 나도 그 칼에 익숙해져 그 칼만을 사용한다. 어머니가 11개의 칼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현재 사용하는 그 칼 하나를 찾아오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칼을 찾기 위해 11개보다 더 많은 칼이 어머니를 거쳐갔을지도 모른다.
난 어머니가 사용하는 칼을 사용한다. 어쩌면 내가 다른 칼들을 원하는 이유는 어머니에게서 독립한 나를 구축하고 싶음이 아닐까 싶다. 어머니의 칼보다 나에게 더 알맞은 칼을 찾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이다. 어머니는 할머니에게서 요리를 배웠고 어머니가 처음 사용한 칼은 아마도 할머니의 칼이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11개 혹은 그보다 더 많은 칼을 거친 이유는 할머니의 요리에서 어머니의 요리로 독립하고 싶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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