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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3.

가위 20.3.4.

   가위로 직접 머리카락을 잘라보면 알게 되는 사실이 있다.

   가위는 베는 것이 아니라 찢는 것이다. 지각이 찢기듯 두 철이 위아래에서 서로 힘을 주어 종이 혹은 철판을 찢어낸다. 가위의 날카롭지 않은 날은 독립되어 있을 땐 무엇도 베어내지 못한다.

   위와 아래에서 힘을 주어 찢어낸다. 그것을 상호작용으로 볼 수는 없다. 가위는 두 날이 한 쌍을 이루는 물체가 아니다. 두 날이 포함되어있는 사물이다. 윗니와 아랫니를 한쌍이라 말하지 않는 것과 같다. 사물 하나를 상호작용을 하는 한쌍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는 이외에도 여럿 있다. 왼손과 오른손은 한쌍이 아니다. 스피커 두 개도 한쌍이 아니다. 동사 하나를 완성시키는 사물은 한쌍이 아닌 한 개의 사물이다. 왼손과 오른손이 하는 일이 다르지만 '나를 이룬다'라는 포지션을 갖고 있고, 스피커 두 개도 서로 다른 소리를 내지만 '하나의 소리를 인지시킨다'라는 포지션을 갖고 있다. 이렇게 상위의 포함 사물이 존재하는 것이다.

   가위가 한 개인 이유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가위의 날을 보며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것이라는 비유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가위가 두 개의 날로 분리되었을 때 그것은 가위가 아닌 단순 형체에 불과한 것이 된다. 그것은 '찢다'라는 동사를 포함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사물은 '목적성을 가진 것'으로 읽힌다. 그렇다면 가위였던 날 하나를 '가위여야 한다'라는 목적성을 띈 것으로 읽을 수도 있기에 이 가위였던 날도 단순 형체가 아닌 사물이라 칭할 수도 있겠다. 이런 식이라면 사물의 범주는 끝도 없이 벌어질 것이고 나와 우주까지도 사물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목적성을 가진 것'은 사물이 될 수 있는 전제 범주  중 하나로 인식하는 것이 맞는 것으로 느껴진다.

   아직 사물의 범주에 '목적성을 가진 것'이 포함되는 것이 타당한지 완벽히 밝혀내진 않았으나, 이와 같은 형식으로 사물의 전제 범주를 지정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보였다. ''목적성을 가진 것'이라는 범주의 타당성은 앞으로 검증을 해나갈 것이며, 다른 전제 범주들 또한 찾아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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