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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

가방 20.2.11.

   사고 싶은 가방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 지 벌써 한 달이 넘어간다. 이 시점만큼이나 가방의 원론적 문제에 대해 고찰해야 할 때는 없다고 판단한다. 가방은 개인의 이미지를 단정 짓는 가장 마지막 포인트이자, 가장 큰 포인트이기 때문에 그 어떤 잡화보다 신중을 다해야 한다. 개인의 이미지를 단정 짓는 가방은 개인에게 있어서 그리고 그 개인을 둘러싼 주변인에게 있어서 큰 민폐가 될 요인이기도 하다. 자신의 이미지와 알맞지 않은 가방을 멘 경우만큼 갑작스러운 괴리감을 전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가방과 마찬가지의 최전선에 있는 잡화 중 하나라고 평가받는 것이 안경이다. 얼마 전 나는 새로운 안경을 맞추고 주변인들에게 큰 괴리감을 준 적이있었다. 이에 가방의 선택에 좀 더 신중을 가하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무엇도 고르지 못하는 '가방 코마'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가방 코마'는 더 이상 자신에게 알맞은 가방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착각하고 상상 속의 가방을 만들거나 의뢰하려 할 정도로 가방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질환이다. '가방 코마'에 의한 이차적 피해는 주변인에게 가방에 대한 정보를 과하게 전파해 주변인들을 지치고 우울감에 빠지게 만드는 것과 가방에 대한 집착으로 인한 수면장애 등이 있다. 

   다행히도 '가방 코마'에는 치유책이 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본인에게 맞는 가방은 에코백 밖에 없다고 인정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까지, 그리고 그 과정으로 환자를 유도하기까지 너무도 큰 인적, 물적 자원이 필요하다. 이에 '가방 코마 알파' 상태를 규정하고, 환자를 집중적으로 에코백에 빠지도록 유도하는 심리치료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 치료책 또한 하나의 문제점이 있는데, 환자가 에코백에 광적 집착을 하게 되는 경우이다. 단순한 생김새만큼 유행도 빠르게 흐르는 에코백의 특성 상 에코백 집착 현상도 큰 사회적 문제이다. 이에 그 중도를 유지하기 위한 약물치료를 심리치료와 함께 병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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