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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

속옷 20.2.8.

   속옷은 더러우면서 매혹적인 이중적 면모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이중성에 대해 고민해 보기로 했다. 속옷은 신체의 가장 깊숙하고 가까운 곳을 덮는 옷이다. 속옷은 신체에서 가장 밀접한 의류이기에 우리에게 비위생적인 상황 혹은 거의 벗은 상황을 연상시킨다. 

   언제부터 속옷은 우리에게 이러한 이중성을 심어준 것일까. 근데 내가 왜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일까. 속옷은 당연히 위생상의 문제로, 그리고 옷을 더 오래 입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심지어 나는 개인적으로 속옷에 대한 에로티시즘 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어쩌면 '속옷은 더러우면서 매혹적인 이중적 면모를 가지고 있다.' 라는 첫 줄은 나에게 있어서 틀린 문장일지도 모르겠다. 첫 줄을 '속옷은 더럽다.'로 바꿔야겠다.

   속옷은 더럽다. 속옷이 더럽기에 우리는 속옷을 더럽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바로 그 '더럽지 않은 속옷'이 지표가 되어 청결한 사람의 기준으로 자리잡는다. 더불어 속옷은 옷 중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부분이기에 속옷을 통한 청결은 내면적, 아니면 주관적 청결의 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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