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박스는 귀엽다. 택배박스가 주는 감각은 귀여움이다. 고양이도 귀엽다. 고양이는 택배박스에 미친다. 그리고 택배박스에 미친 고양이는 더 귀엽다. 그래서 택배박스는 자동적으로 택배박스에 미친 고양이의 심상을 도출한다. 그렇게 택배박스가 주는 감각은 귀여움이 된다.
고양이는 왜 택배박스에 미칠까. 난 어렸을 때 집에 큰 택배가 오면 그 택배박스를 자르고 꾸며서 집을 만들고 그 안에서 놀았던 기억이 있다. 택배박스는 아늑한 냄새를 풍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그 냄새가 종이 먼지 냄새라는 것 정도는 당시에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약 8년 전에는 작은 덩치의 사람이 큰 택배박스 안에 게임기를 설치하고 쭈그리고 들어가 게임을 하고 있는 밈이 돌았던 적이 있다. 또한 애니메이션 <네모바지 스폰지밥>의 에피소드 88 '바보상자' 편에서는 스폰지밥Sponge Bob과 뚱이Patrick Star가 택배박스 안에서 하루 종일 상상을 통한 놀이를 한다. 그리고 그 밖에서 징징이Squidward Tentacles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나, 그 행복함에 끼고 싶어 한다. <네모바지 스폰지밥>에서 스폰지밥과 뚱이의 조합은 순진한 방식의 삶을 선택하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택배박스는 그들에게 선택된 순진한 방식의 장난감이 된다.
택배박스가 귀여운 것은 고양이가 택배박스에 미쳐하는 이유와 결을 같이한다. 택배박스는 순진한 방식에 포함되는 장난감이고, 택배박스가 내재한 보편 후각적 심상은 그 안에서 한 번쯤은 놀아봤던 귀여운 어린 나 자신 혹은 놀고 있는 귀여운 누군가나 고양이를 떠오르게 만든다. 택배박스에 고양이가 미치는 것은 그것이 순진한 방식의 장난감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미치면 슈뢰딩거의 고양이 또한 그 박스에 영원히 갇혀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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